김재환 <닉네임 포태공ㆍ대구리넷 회원>

 

낚시를 못 가게 하는 사랑스런 마누라 덕에 거의 1년 만에 출조일정을 잡았다. 마눌님한테는 지방에 공사하러 갈 것이라고 뻥쳤다. 4월 셋째주말을 디데이로 잡고 3주 전부터 작전개시에 들어갔다. 전국 팔도를 누비시는 개골형님(포천 한정호씨)한테 전화를 했다. 이 형님이야 말로 전국을 손바닥 보듯 꿰고 있으니 어디가 좋을지 물어보면 금방 해답이 나올 꺼라 생각했다. 그러나 출조일이 며칠 남았으니 기다리라는 대답 뿐, 전화가 없다. 낼모레면 출조 날인데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두근두근. 과연 꽝만 치는 내게 붕어가 올라나. 기대 반, 걱정 반.
4월 19일 저녁, 기다리던 개골형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이 동생, 많이 기다렸지, 강화도 서검지에서 월척이 많이 나온다는 정보를 입수 했어, 소문내지 말고 준비해.”
오~ 굿! 서검도로 출발~ 금요일 아침.

“일 갔다 올께~.” 마누라의 환송을 받으며 부랴부랴 포천의 집을 나와 강화도로 달린다. 한 시간 넘게 달렸더니 비가 온다. 아~ 그럼 그렇지. 내가 낚시 가는데 하늘이 도와줄 리가 없지. 젠장!

김포를 지나니 바람에 비까지 쏟아 붓는다. 차가 움찔거릴 정도로 바람이 세차게 분다. 드디어 강화25시 낚시점에 도착하니 이 사장이 반갑게 맞는다. “오랜만에 오셨습니다.”

나는 밤낚시할 물품을 구입하고 대물을 위해 살림망도 큼직한 걸로 장만했다.

 


살림망을 털린 뒤 낚은 월척붕어를 들고 기념사진을 남겼다.

“어디로 가십니까?”

“서검도로 갈 겁니다.”

“이 바람에 서검도를 가신다구요? 포기 하십시오. 아마 배도 안 뜰 겁니다. 오늘은 나하고 술 한 잔 하고 푹 쉬었다가 내일 바람 자는 거 봐가며 움직이시죠.”

아니, 어떻게 나선 출조인데, 절대 안 되지, 그럼!
낚시점을 박차고 나섰다. 그리고 지금 사정을 털어놓기 위해 개골형님께 전화를 했다. ‘어류정수로에서도 계속 나오고 있으니 이틀만 열심히 하면 월척 몇 마리는 낚을 수 있을 거야’ 하신다. 즉시 외포리 선착장으로 차를 몰았다. 바다를 보니 가슴이 탁 트인다. 거센 비바람을 뚫고 석모도에 도착, 어류정수로로 향했다. 12시 40분 경 어류정수로에 도착하니 여러 사람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서검도를 못 들어가고 이곳으로 왔다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사장님 왈,

“그냥 이곳에서 소주나 마시고 하루 뽀갭시다. 내일이면 배 안 뜨겠습니까.”

“하는 수 없지요, 그렇게 합시다.”
우리는 3번수로에서 낚싯대를 폈다. 옆에는 몇 사람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우린 또 꼭 조황을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법. 제일 가까운 분에게 다가 말을 붙였다.

“좀 잡으셨습니까?”

“몇 수 했습니다.”
살림망을 들어 보여주는데, 허걱! 말로만 듣던 4짜 붕어가 들어있다. 내가 잡은 것도 아닌데 내 가슴이 벌렁거린다. 매너상 바로 옆에는 앉지 못하고 두 블록 떨어진 콧부리로 이동. 낚싯대를 폈다. 부들 구멍 살피고 3칸 세 대, 3,5칸 한 대, 2,5칸 한 대, 2칸 한 대를 차례로 깔고 나니 제법 폼이 난다. 흐흐. 기대 만땅. 아무리 봐도 구멍 하나가 눈에 딱 들어온다. “흐흠 좀 먼데~”
3.5칸대를 던지니 흐미 짧네. 4칸대를 던지니 딱 들어간다. 지렁이 꿰어놓고 돌아서는데… 3칸 대 찌가 살포시 올라온다. 헉! 챔질하려고 손을 가져가는데 울러리 뚝 떨어진다. 잉! 잔챙이인가? 비는 좀 걷히고 바람도 덜 분다. 글루텐 달라서 40분 정도 지나니 3칸 대 찌가 움직인다. 초긴장 상태. 심장은 벌렁벌렁. 왜 안 그렇겠나. 꽝맨이 다수의 월척과 4짜를 봤으니 당연하지. 또 두 마디 올라온다. ‘으잉?’ 안 올리고 또 서버린다. 뭐지?
에잉 몰라! 두 손으로 챔질. 휘익~하는 소리와 함께 “덜커덕” 헉 안 나온다! 놈이 부들에 감긴 것이다. 젠장, 낚싯대를 하늘높이 쳐들고 벌서는 모습이다. 놓지도 못하고 당기지도 못하고 1분여 시간이 흘렀다. 다행히 놈이 살포시 나온다. 흐흐 옆으로 뒤집는다. “크다 커!”
첫 놈이 34cm 월척이다!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개골 형님 접니다. 한 수 했어요.” 역시 개골형님이시다. 입질타이밍과 낚시시간대 등을 소상하게 알려 주신다. 그 뒤 나는 한 시간 간격에 한 마리씩 새벽 3시까지 6수를 올렸다. 말로만 듣던 월척을 말이다. 30~35cm로만 흐흐 더 이상 미련 없다. 뿌듯하다. 푸하하하~
한 시간 정도 입질이 뚝 끊어진다. 아~ 피곤하다. 눈이 감겨온다. 개골 형님이 잠자면 안 된다고 했는데… 도저히 못 참겠다.
차로 가서 한 시간만 잔다는 것이 그만 2시간 반을 자버렸다. 날이 훤하다. 이런! 부랴부랴 다시 가서 찌를 보니 난리가 아니다. 찌는 다 서 있고, 두 대는 처박히고, 한 대는 뒷고리만 매달려 대롱대롱….
아침 6시 반, 다시 입질이 오기 시작한다. 또 월척이다! 푸하하~ 나한테도 대박은 오는구나. 그런데 모두 평균 사이즈다. 더 큰 거는 안 나온다. 흠, 그래도 대만족! 3.5칸 대 찌가 슬그머니 올라온다. 초긴장… 빡! 하는 소리와 함께 대가 안 선다. 허걱! 놈이 수초 속으로 파고든다. 이걸 우째~ 힘을 더 준다. 사정없이 짼다.

 

뜰채를 들고 뜨려는데 안 들어간다. 자꾸 짼다. 설마 바늘이 털릴까봐 심장마비 직전이다. 간신히 뜰채에 머리 넣고 보니 꼬랑지가 안 들어간다.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이놈! 크다! 3분 여를 싸우고 난 뒤 수면에 뜬 놈을 본 순간 심장이 멎었다. 대박이다.

“4짜다 4짜!”

뜰채를 들고 뜨려는데 안 들어간다. 자꾸 짼다. 설마 바늘이 털릴까봐 심장마비 직전이다. 간신히 뜰채에 머리 넣고 보니 꼬랑지가 안 들어간다. 겨우 물 밖으로 꺼내놓고 살림망에 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옆에 있던 4짜 조사님께 외쳤다.

“저도 대박했어요!” 푸헐헐.

“얼마만한 건데요?”

“4짜 넘겠어요” 말하고 돌아서는데 4칸 대 초리가 부들 옆으로 처박힌다. 헉~ 나도 모르게 챔질, 또 크다! 끌려나온 놈은 38cm급.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심장은 요동치고 손은 떨리고….
담배 한 대 물고 마음을 추스른다. 다시 투척해 놓고 ‘ㅎㅎ ㅋㅋ’ 의자에 앉아서 슬금슬금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벅차오르는 감동, 마음이 뿌듯하다.
또 올라온다. 휙~ 챔질 소리와 함께 “철퍼덕~ 철푸덕~” 이 놈도 크다. 37cm! 시계바늘이 10시를 넘어서니 전쟁터 같던 상황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조과를 결산해보니 4짜 붕어 한 마리와 38, 37cm 한 마리씩, 31~35cm가 7수, 잔챙이 3수. 총 13마리를 했다. 큰 살림망 사 오기를 잘했지. ㅋㅋ 그렇게 커 보이던 살림망이 터질 듯하다.

같이 들어간 사장님은 9치 2마리가 전부. 나만 잡은 것 같아 죄송스럽다. 10시에 밥을 먹고 한숨 돌려본다. 같이 들어간 사장님과 이슬이(소주) 한 잔 하면서 들뜬 마음을 가라 앉혀본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이런 순간이 또 올까? 잠을 좀 자야 하룻밤 전투를 또 하는데…. 잠이 안 온다. 혹시? 낮에도 나올지 몰라서이기 때문이다. 다시 자리로 돌아간다.
글루텐 총알을 장전하고 의자에 앉아 담배를 하나 물고 하늘을 나는 갈매기를 보며 눈을 감 는다.
순간! 뭔가 이상하다. 물속으로 처박혀 있어야 할 살림망이 떠 있는 것이 아닌가? 고기는 미동도 없다. 헉! 뭐지?

살림망을 들어보는 순간 난 까무러치고 말았다. 고기가 한 마리도 없다. 앞이 캄캄하고 하늘이 노랗다. 도둑을 맞았나? “아! 살기 싫다.” 하늘이 또 배신한 건가? 살림망 밑을 보는 순간, 욕부터 튀어나온다. “이거, 어느 쉐이가 칼질을 한겨?”
살림망 밑이 한 뼘 반 정도 쭉 찢어져 있었고 그걸 보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다. 화가 너무 나서 참을 수가 없다. 옆 분들도 다가오시며 “칼질 맞았네. 햐, 몹쓸 놈들이구만.”하고 말 하신다. 개골형님께 전화를 해 이 상황을 전부 이야기했다. “사진 찍어! 인터넷에 죄다 올리자”하신다. 어류정지 총무님께도 전화를 해서 난리를 펴니 금방 오셨다. 어느새 10여명이 모여들었다.

그때 옆에 있던 4짜 조사님이 “잠깐만!”하시더니, 풀려있는 올을 보여주었다. 그 올을 당기니 주루룩~ 잘도 풀린다. 이런 젠장할!
바로 강화 25시낚시점 이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나가면서 들를 테니 각오하시오”하고 전화기를 끊어버렸다. 그리고는 소주를 연이어 들이켰다. 여러 조사님들이 주신 위로주까지 마시니 금방 취기가 돈다. 풀밭에 벌러덩 누웠다. 잠이 온다. 아무 생각도 없다. 그 파랗던 하늘이 노랗다.


 

 
살림망을 들어보는 순간 난 까무러치고 말았다. 고기가 한 마리도 없다. 앞이 캄캄하고 하늘이 노랗다. 도둑을 맞았나? 살림망 밑을 보는 순간, 욕부터 튀어나온다.

 
얼마나 잤을까. 추위에 눈을 뜬다. 갈대밭이다. 그렇게 잠든 것이 7시간을 잤나보다. 속이 울렁거린다. 화장실 가서 토해내고 나니 시원하다. 어지럽다. 못 참겠다. 차에 가서 다시 잠들었다. 새벽2시에 눈을 깼다. 더 이상 잠도 안 온다. 속은 안 좋고 머리는 더 아파온다. 그래도 도망 간 그 놈 찾으러 다시 자리로 간다.
바람이 많이 분다. 구멍에 한번 넣으려면 5번 이상을 던져야 간신히 찌가 선다. 모두 다 투척. 한 시간… 두 시간… 시간은 흘러가는데 입질은 없다. 머릿속은 별의별 생각이 다 들면서 복잡하기만 하다.
“그럼 그렇지! 나한테 무슨 복이 있다고~.”
에잉~ 술 먹어서 쓰린 속보다 고기 잃어버린 게 더 속이 쓰리다.
아침 9시까지 32cm 3수를 더 하고 철수를 했다. 혹시 몰라 사진 한 장 남기고 잡은 고기는 같이 간 사장님 드리고 철수.
낚시 매점으로 돌아와 머리 감고 면도하고 마음을 추슬렀다. 정신을 챙겨보니 좀 편해진다. 목요일이나 금요일쯤 한번 더 올 것을 기약하면서 어류정수로를 나왔다. 오는 길에 강화25시낚시점 들려서 화풀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낚시점에 도착하니 사모님이 입구까지 나오시며 고개를 숙이신다. 조황 보러 나가신 듯한 사장님에게 사모님이 전화를 하니 부리나케 달려오셨다. 두 분 모두 미안한 얼굴을 하시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하신다. 내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여기 저기 전화를 해놓은 상황이고 고기를 산 채로 가져간다고 해서 수족관에 물 받아 놓으신 분도 계시고, 정말 환장하겠다. 그때 갑자기 이 사장님이 여기 저기 전화를 거신다. “고기 잡아 놓은 것 좀 있어?” 서검도, 어류정. 항포까지 차례로….
“다행히 서검도에서 8마리 월척을 잡으신 조사님이 붕어를 주신다고 했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돌아가십시오. 오후 늦게라도 택시를 불러서라도 아이스박스에 산 채로 보내주겠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화를 냈던 내 자신이 민망했다. 그렇다고 대박 났다고 여기저기 전화질을 해 놓았으니 거부할 수도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살림망이 터져서 다 도망갔다’고 하면 비웃음만 살 것이다.
이 사장님이 흰 봉투를 내밀었다. 2박3일 동안 들어간 낚시경비며 식사비라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한사코 안 받겠다는 나의 주머니에 넣어 주시는 것이었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포천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9시 반에 전화기가 울렸다. 25시 이 사장님이었다.
이 사장님이 직접 고기를 가지고 출발하신다는 것이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고 얘기를 하는데도 이 사장의 고집도 대단하다. 두어 시간 지난 뒤 우리 집 수족관에 직접 붕어를 넣어 주시고는 다시 한번 미안하다고 하신 뒤 돌아가셨다. 1만5천원짜리 살림망 한 개를 팔고 치르는 댓가가 너무나도 큰 것이었다. 그러나 수십만원을 날리면서까지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책임을 회피하거나 욕 한번 먹고 말 수 있는 요즘 세태에 끝까지 책임을 다 하는 이 사장님의 모습에서 중요한 인생을 배웠다. 중요한 것은 월척도 아니요 4짜도 아닌, 상대방에 대한 체면과 인격을 끝까지 지켜주려는 마음이었던 것이다.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이 사장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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